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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보가 바보들에게
    독서 2011. 2. 16. 12:17

    2009년 2월 16일, 한국 최초로 추기경에 올랐던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

    방패 왼쪽은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진 우리 교회를, 오른쪽은 삼각산과 서울을 상징하며, 별은 원죄 없이 잉태하신 성모 마리아를 주보(主保, 수호성인)로 모심을 나타낸다. 주교의 권위를 상징하는 모자 아래의 술 5단은 추기경임을 나타내며, 주교의 사목표어 Pro Vobis et Pro Multis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뜻이다.


    지하철역 무가지 메트로의 '오늘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했다.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생각은 '바보가 바보들에게'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미 떠올랐던 것이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찹해졌다.
    그러면서 내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독서할 시간이 넉넉치 않은 것은 마음의 여유가 넉넉치 않아서 이겠지만,
    하여튼 이번에도 북큐브의 전자책 앱으로 과천도서관에서 전자대출하여 이 책을 읽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내용들이 읽기 편하면서도 다시 읽고 곱씹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나의 예전 생각이 중첩되면서, 또한 새로이 깨닫게 된 것에 대해 기록해 보려고 한다.



    안다고 나대고...
    대접받길 바라고...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


    바보 vs. 저주받은 자
    오랜 전 사실과 진실, 그리고 진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진리가 사실이나 진실과는 완전히 독립적인 것임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평범하게 사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저주의 지식이라고 생각했다.
    보이는 대로, 듣는 대로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단순하고 그만큼 행복할 수 있는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저주란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김수환 추기경이 자신을 바보라고 말한 것과 같은 의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이 바보라고 말하는 사람은 바보가 아닌 것처럼, 자신이 저주받았다고 말하는 자가 저주받은 것은 아니길...

    이 세상의 모든 사물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무생물에게도 그 존재의 의미가 있습니다.


    존재의 의미 vs. 존재는 의미
    존재하는 것이 어떤 구체적이거나 개별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것으로 보통 읽힌다. 

    이렇게 읽는 순간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가 따로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그렇게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존재는 존재의 의미, 즉 존재하는 것 자체의 의미가 있다. 
    창조자가 존재자에게 존재를 부여하여 존재하게끔 하였는데, 그러한 존재 자체에는 신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결국 존재의 의미란 용도나 특별한 목적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딘간에 있는 것, 존재하고 있는 것 자체가 창조자에게는 의미 있는 것이다.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덧붙여 본다.

    1999년 가을. 한참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무렵. 
    신앙인으로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그렇게 사는 것이 신의 뜻이며 계획이며 또한 원하는 것인지..
    다시 말해 삶의 의미를, 존재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확신할 수 있도록 신에게 답을, 부르심을 구했다. 

    늦은 가을 태양은 겨울의 재촉에 이미 서녁을 향해 가라 앉고 있었지만, 
    그 조용한 따뜻함은 겨우 마음이 얼어붙지 않도록 지탱해 주었다. 

    햇살은 한 켠의 소국 화분과 그 위를 부지런히 날개짓하던 꿀벌들도 안아주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면 차가운 겨울 바람에 시들어 떨어질 그 자그마한 국화에도 
    얼마나 세상에 있다가 다시 땅으로 돌아갈지 모를 그 부지런한 꿀벌에도 

    그들은 그렇게 창조자의 섭리대로 그곳에 "있었다". 
    그렇게 있으면 되는 것이라 말씀하시는 듯 했다. 
    그냥 그렇게 "있으면" 창조자에게는 기쁨이요 환희요 만족이었다. 

    그렇게 "존재"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현자(賢者)'란 어떤 사람입니까?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입니다. 
    '강자(强者)'란 어떤 사람입니까? 자기를 이기는 사랍입니다. 
    '부자(富者)'란 어떤 사람입니까? 자기의 운명에 만족하는 사랍입니다.


    부자 vs. 가난한 자
    참으로 간결하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특히 자기를 이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감하면서, 
    또한 자신의 운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기이다. 
    여전히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라는 말씀이 무엇인지... 여전히 어렵다.


    사랑은 감정이나 느낌이 아닙니다.
    사랑은 의지입니다.
    참된 사랑은 참으로 사랑하겠다는 결심에서 출발합니다
    .


    사랑은 의지이다. 
    요즘처럼 사랑한다는 표현이 쉬운 표현이 된 적이 있었던가?
    연인들 간의 어려운 고백도 아니고, 가족들 간의 쉽지 않은 표현도 아니다.
    연예인들과 그 팬들도 서로 사랑한다고 하고, 
    정치인들과 유권자들도 서로 사랑한다고 하며, 
    장사꾼들도 소비자들을 사랑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사랑에 고팠으면 이렇게 사랑한다고 서로 말해주고 있는가라는 생각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고파하는 사랑은 없고 껍대기만 남발되어 사랑 자체가 싸구려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말로만 사랑이 아닌, 참된 사랑은 감정과 느낌, 그리고 관심과 소망을 포함한 의지이다. 
    일부 뇌과학자들은 사랑의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특정한 호르몬이 있고, 
    이것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는 모르지만, 특정 대상에게 3~5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과학은 감정이나 느낌도 이렇게 설명하지만,
    내용은 결국 사랑의 감정이나 느낌은 영원한 것도 아니며, 오래 지속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원은 아니더라도 평생을 지속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그것은 참으로 사랑을 하겠다는 결의의 연속이고 반복일 것이다.
    그러한 의지가 없다면 지금의 사랑은 나중의 사랑이 아닐 수 있다. 
     

    우리가 남을 참으로 용서하고 사랑할 줄 모르는 근본 이유는
    먼저 우리 자신이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깊이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나는 용서 받아야 할 사람이다.
    분명 그렇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내가 선택한 것이므로,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용서를 구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분명 용서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이것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다. 

    당신도 용서 받아야 할 사람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보다도 그 누구보다도 당산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우리 서로 용서하면서 살자. 
    그러니 내가 먼저 용서하면서 살자.
     

    왜냐하면, 자유는 나의 육체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정신에 내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의식을 잃은 경우 외에는 어떤 물리적 힘도 정신의 자유를 속박할 수 없습니다.
    오직 나만이 스스로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한 때 정신의 무한한 자유를 원했다. 
    하지만 결국 무한한 자유가 되는 그 순간 자유일 수 없는 이유는
    속박과 한계가 있어야만 그것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기 때문이고
    자유롭지 못함이 없는 것이 사라질 때에는 자유 또한 필요치 않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배고픔이나 식욕이 없이는 배부름에 대한 욕구와 배부름의 느낌이 없다. 
    항상 배부르다면 그 순간 배부른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가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이렇게 결론을 내고 나니 자유도 속박도 아무것도 아닌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 자유를 제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오직 나만이 스스로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몇번이고 계속 되뇌이고 되풀이했다. 

    나 스스로 제한한 나의 자유는 무엇일까.....
     

    희망이란 내일을 향해서 바라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 씨앗을 뿌리는 것이야말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희망입니다.


    말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제, 그리고 오늘도 여전히 씨앗을 뿌리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나도 희망하고 싶고, 소망하고 싶다. 
    하지만 무엇을.....?

    고민해보자.. 
     

    기도를 이해하려면 기도로써 무엇을 얻어내려는 마음을 버릴 때입니다.
    한 시간이고 몇 분이고,
    진정 내가 나를 하나님의 뜻에, 그 손에 완전히 내맡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 때는 기도를 통해 신의 음성을 듣고, 신의 뜻을 깨닫고, 신의 인도하심을 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도의 대화에서 나의 생각과 의지는 신의 그것과 동일 선상에 있었다.
    여전히 기도의 대화는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 타협하는 협상의 수준이었다.

    역시나 신앙의 고수들은 다르다.
    기도는 순종의 들음이다. 
    나의 생각을 죽이고, 나의 계획을 백지화하며, 나의 소망을 내려놓고, 나의 고집을 꺽고, 나의 욕구를 무시하고, 나의 억울함과 고통과 하소연을 잠시 내려놓고...
    역시나 어렵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를 돌아보게 하였다.
    현재의 나 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포함해서..

    그래도 나는 바보들 중에 하나이고 싶다.



    출처 : DAUM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
    알퐁소(장혜민) 엮음
    산호와진주
    초판2쇄 2009년 3월 20일

    <차례>
    엮은이의 글 _7  / 교황 베네딕토 16세 추도문 _10  / 정진석 추기경 추도문 _12  / 이해인 수녀 추도시 _15

    하나.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땅의 겸손함을 배워라 _27  /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을 위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_28  / 귀중한 보석일수록 다루기 까다로운 법 _30  / 존재의 의미 _32  / 선택의 자유 _35  / 고통에도 끝이 있다 _36  /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_38  / 현자(賢者)와 강자(强者) 그리고 부자(富者) _40  / 옹기같은 사람 _43  / 기쁘게 잘 사는 것 _45  / 나이 듦에 대하여 _47  / 인생덕목(人生德目) _48  / 유머와 농담 _52  / 참말과 거짓말 _54  / 말 한 마디 _57  / 삶은 계란? _59  / 다시 살아온 신부(神父)의 아버지 _61

    둘. 용서하기보다 용서받아야 할 사람들 
    사랑이란 무엇인가 _65  / 사랑은 느낌이 아닌 결심입니다 _70  / 어머니 _72  / 용서하기보다 용서받아야 할 사람들 _74  /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_78  / 마음을 비운다는 것 _80  / 영원에의 향수 _83  / 너, 나 그리고 우리 _85  / 독일 어떤 노인의 시 _87  /  사랑은 모든 것의 절대조건입니다 _90  / 이웃사랑은 모든 계명의 완성 _91  / 실천 없는 사랑은 죽은 믿음 _93  /  진정한 사랑의 의미 _96  / 그들은 나를 너무나 모릅니다 _97

    셋. 영원을 향한 빈그릇 
    보지 못했으므로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_105  / 영원을 향한 빈그릇 _109  / 기도는 오아시스 없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것 _112  / 내일을 산다는 것 _114  / 주여,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_116  / 밥 _117  / 고통의 문제 _119  / 십자가의 빛 _121  /  ‘가난한 예수’의 지혜 _122  / 주님의 발자국 _124  / 모성애보다 더 큰 하느님의 사랑 _125  / 주여, 만나고 싶습니다 _128  /  인도하소서 _130  / 살아있는 기도 _132  / 주님의 뜻대로 하소서 _135

    넷.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깁니다 
    믿음이란? _139  / 평화를 위한 기도 _142  / 하느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인간 _148  /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_150  / 창조와 순리 그리고 사랑의 표현 _152  / 고름짜기 _153  / 빈자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수녀 _156  /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깁니다 _158  / 꿈과 현실 _161  / 정신의 힘 _163  / 부활, 새 사람이 된다는 믿음 _165  / 진정한 자유 _167  / 겸손에 대하여 _169  / 평온하고 화목함 _170

    다섯.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김수환 추기경 연보 _196  / 김수환 추기경 문장_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 _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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