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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재 _01
    글쓰기 연습 2019. 9. 26. 16:3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단편 <What men live by?> 의 번역이다. 

    유명한 고전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읽었으나, "왜 유명하지?"라는 의문만 남았던 기억이 있다. 

     

    인생을, 인간을 고민하면서 생긴 나의 질문은 '인간은 왜 사는가?' 였는데, 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반면에 10년 전에 읽었던 위화(余华)의 소설 <살아간다는 것 (活着)>이 남겼던 여운은 아주 강렬했고, 지금까지도 남아 있을 정도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나가고 있는 것이지,
    살아가는 것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人是为活着本身而活着的,而不是为活着之外的任何事物所)

     

    쉽게 말해서 '살기 위해 산다'는 것이다. 

    '무슨 개소리냐?' 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이 말을 '사람은 존재하기 위해 산다'라고 재해석한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을 '동물이 살아간다'는 것과 비교해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의미로 재해석할 수도 있다. 

    먹고 싸고 놀고 자는 것뿐이라면 다른 짐승과 다름이 없고, 이것은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사랑, 연민과 연대, 희생, 의미, 목적, 자아실현 등등 어떤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 삶이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화는 그것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보는 현실 또한 존경받고 사랑받고 자족하며 행복한 사람은 소수이고, 이러한 사람을 희망하고, 목표로 삼는 사람들 조차 다른 다수와 같이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이 또한 역설적으로 그러한 의미와 가치를 가진 사람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 외에는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다.

    현실적으로는 그것을 가졌던 사람은 더 살아가는 동안 유지하는 경우보다 잃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차라리 더이상 살아가는 것보다 삶을 그만 두는 것이 훨씬 더 그 목적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으로서 살아가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역설적으로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으로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그 어떤 경우도 지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일반 시민들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심지어 동물들의 생명권을 이야기하고, 무생물을 포함한 자연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현실에 비추어도 이런 결론은 옛날 이야기일 뿐이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나는 사람은 '존재'하기 위해 살아간다라고 재해석한다. 

     

    문과 출신이어서, 생물학적 또는 유전학적 이라는 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싶다. 

     

    생물학적으로 보아도 인간은 '존재'하기 위해 태어나고, 생명을 유지하고, 번식한다.

      

    이것은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욕구이자 DNA의 명령이다. 

     

    어떤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위해 이러한 본능적인 욕구를 이겨내는 인간의 의지와 의식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생명체보다 훨씬 뛰어나고 특별한 존재이다.

    그리고 이런 '인간'다운 모습은 존경받고 숭배된다.

    이 또한 역설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이것을 이겨내지 못할 정도로 그만큼 이 욕구는 누구에게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이겨낸 사람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에게 실존하고 있는 보편적인 욕구라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이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반증하고 있다. 

     

    결국 '존재'하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보편적인 것이고, 또한 선험적인 것이다.

    반면에 그것을 극복하게 만드는 특별한 의미와 가치는 후천적인 것이고 창조된 인위적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목숨을 바쳐서 지켜내고 이뤄내야 할 의미와 가치는 시대, 지역, 문화에 따라서 심지어 개인에 따라서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특별한 의미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살아간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이어진다. 

     

    '존재'란 무엇인가?

    '존재'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가?

     

    그리고 

    '존재자'들의 공존과 연대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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