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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세에 길을 찾다 (임용한)
    독서 2010. 4. 27. 13:48

     

    지난 몇 십 년간 우리 사회의 화두는 '개혁'이었다. 그리고 보수적이라는 집단과 개혁적이라는 집단 모두에게서 실망을 맛보는 씁쓸한 시기를 지나는 중이다.

    이렇게 글을 시작한 저자는

    역사의 진정한 목적은 잘못을 찾아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잘못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라고 글을 마친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국사나 세계사, 지리 등에 대한 과목을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했고, 기억력이나 암기력에 여전히 자신감이 없는 나에게는 오랫동안 기피대상이었다.

    그나마 이제는 암기한 내용(인명, 지명, 년도, 일자, 사건명 등등)에 대한 시험을 볼 필요가 없어서 마음 편하게 잊어버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기피할 정도는 아니지만, 무의식중에 책을 덮으면서 여전히 사람이름과 지명, 그리고 일자 등에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책도 별로 없는 도서관에서 시간에 쫓기며 손에 든 것이 하필 역사책이었을 때, 과연 이것을 다 읽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하기까지도 꽤 시간이 걸렸다. 결국은 대출 마감일을 연장하면서까지 짬짬이 읽게 한 이 책은 아주 대 만족이다.

     

    국사에 무식한 나에게 이름이 생소한 인물도 있었고, 역사적 사실은 거의 처음 접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책의 전체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주제는 다양한 시대와 인물을 통해서 아주 재미있고 의미심장하게 드러나고 있다.

     

    역사와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고, 그래서 개혁과 변화는 끊임없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러한 개혁과 변화가 성공하는 사례보다는 실패하는 사례가 더 많다.

     

    당시 시대적인 상황 판단을 잘못해서,

    개인적인 역량이 모자라서,

    현실을 망각한채, 자기반성없는 대의명분에만 집착해서,

    당시의 시대상이 받아들이지 못해서,

    현실적인 벽을 넘어서지 못해서,

    개혁의 목적이나 목표 자체가 개인적인 만족이나 권력에 머물러서,

    현실적인 참여를 위한 개인적인 실천이나 헌신없이 관념적인 개혁에만 머물러서,

    제대로 된 역사적인 평가를 받지 못해서....

     

    하지만 이러한 실패가 긴 역사로 보면 결코 실패는 아닐 것이다.

    자각하고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개혁과 변화의 일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현재의 자리에서 미래를 생각하며 고찰하는 것이 역사라면,

    마지막에 나타나는 지은이의 역사관은 참으로 옳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해 5월 23일의 사건이 계속 떠올랐다.

    우리의 역사이고 우리의 과거이기 때문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이 책의 인물들과 함께 각인되었기 때문인 듯 하다.

     

     

    반디앤루니스

    지은이 : 임용한

    펴낸이 : 시공사 (2009.4.13 초판 1쇄 발행)

     

    <목차>

    글을 시작하며_ 지나간 개혁의 역사, 그 잘못된 이해 _7
    제1부 그들이 꿈꾼 세계 
    ⊙ 무모한 열정, 시대로부터 일탈하다 _15
    분노와 집착이 초래한 결과, 의자왕 _16

      해동증자와 폭군/ 운명을 건 승부/ 성충과 홍수의 비판 그리고 그 진실/ 의자왕에 대한 변명
    자기 혁신의 한계, 궁예 _36

      변혁의 시대와 야심가/ 불안한 리더, 미륵/ 민중혁명가라는 신화/ 궁예의 교훈 
    군자의 꿈, 조광조 _57
      군자가 다스리는 세상/ 기묘년의 꿈/ 아전인수/ 조광조의 전설

    ⊙ 이성과 실천, 세상을 바꾸다 _87
    고려와 조선의 길목에서 선택한 길, 정몽주 _88

      꿈을 찾아서/ 행동하는 관료/ 양심과 실천/ 세상을 바꾸는 방법/ 거인의 최후
    치열한 문제의식이 이룬 승리, 조준과 김지 _113

      수수께끼의 책/ 명문이 아닌 명문/ <주관육익>과 조준 상소/ 개혁의 진정한 교훈

    제2부 닫힌 사회에 대한 도전 그리고 한계 
    ⊙  세계를 향한 창, 다양한 시선으로 변혁을 꿈꾸다 _137
    개방과 개혁, 그 빛과 그림자, 광종 _138

      운이 좋은 왕자/ <정관정요>의 양면/ 광종의 왕권강화책/ 숙청의 덫/ 얻은 것과 잃은 것/ 광종과 과거제에 대한 단상
    더 넓은 세상에 대한 화두, 이제현 _166
      '연경'의 고려인/ 더 넓은 세상을 소개하다/ 세상을 이해하는 눈/ 이제현의 사대주의
    ⊙ 전통의 벽, 그 너머로 고독한 희망을 외치다 _187
    변화와 고집, 그 경계에서의 삶, 소현세자 _188

      북경의 이방인/ 명나라의 멸망/ 조선과 청 사이에서/ 새로운 국제무역센터, 심관/ 정체된 시대를 향한 도전/ 있는 그대로의 역사
    미래를 향한 호소, 박제가 _216

      세상을 보는 법/ 고독한 실학자의 초상/ 잠자는 왕국/ 관념의 벽, 자존심의 벽/ 박제가와 우리의 시대

    ⊙  닫힌 사회, 사고의 틀 안에 갇히다 _241
    꿈으로 끝난 전통과 현실의 결합, 유형원 _242

      실학의 등장과 유형원/ 우반동의 명인/ 그가 꿈꾼 세상/ 넘을 수 없었던 벽
    변화의 인식, 요지부동 세계관, 황현 _263

      사팔뜨기 시골 유생/ 그가 꿈꾼 개혁의 길/ 경계선의 벽
    과거로 달려간 개혁의 선봉장, 흥선대원군 _280

      운현궁의 봄/ 개혁의 시작, 대원위 시대/ 카리스마의 양면성/ 비전의 오류가 낳은 실패
    최초의 근대인, 슬픈 운명, 윤치호 _308

      파리와 서울의 동상이몽/ 신흥가문/ 개화의 길, 망국의 길/ 윤치호의 한계/ 그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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