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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비 사랑 (덕양중 학부모교실) _01
    WrItInG/NoNfIcTiOn 2019. 4. 26. 13:44

    중2병? 그런 건 없다

     

    우리 학교 2학년 아이들이 다 '중2병 환자'라고?

    인정할 수 없다. 학교에 와서 아이들과 하루만 살아 보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환자가 아니라 아주 훌륭한 인격을 가진 정산적인 사람이다. 잔머리 굴리는 어들들보다 훨씬 정상이다. 

    '중2병'이 전문가라는 분들이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중략)

    어른들 이야기만 듣고 아이들에게 '중2병'이란 병명을 붙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중략)

    30년 동안 내가 만난 청소년들 중에 병적인 아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이준원,김은정. <내면아이> 맘에드림 , 2017. 36~37쪽.

     

    가장 최근에 딸아이가 눈물을 주루룩 흘린 사건은, 우연찮게 아마와 피아노선생님과 함께 대화하면서 생긴 억울함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참 덕질(?)에 빠져있는 딸이 소속사의 기획력과 해외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비판하고 있을 때, 사회 문화의 차이를 알게 된다면 그러한 비판을 할 수 없다고 공격을 당했다. 팬으로서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역간의 문화의 차이를 안다면 비판할 필요도 없고, 속상해 할 필요도 없다는 내용이었으나, 딸도 보편적인 상식이라는 내용으로 만만치 않게 반박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엄마보다 더욱 강하게 이야기했던 피샘이 계셨던 것이 딸이 편하게 속시원히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었다. 외할머니나 아마에게는 '무시'라는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피샘에게는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예의없는 아이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이었는지, 결국 눈물이 주루룩 흐르고, 자리를 급하게 피해서 자기 방으로 가서 방문을 잠그는 결말이 되었다. 

    2년 반을 넘게 배웠던 피샘도 부모와 함께 있으니 편하지 않은가도 했지만, 또한 딸이 왜 피아노를 그만두겠다고 했는지도 이해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너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것이 많고, 그래서 어른인 내가 이야기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일종의 포장된 강압이 말투나 내용에 바탕이 되어 있다고 느꼈다. 최근에 성장과 건강을 이유로 밥도 많이 먹어야 하고, 먹을 때는 일부러라도 맛있게 먹어야 한다는 충고를 피샘이 딸에게 자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가 하고 싶은 말을 함께 옆에서 객관적으로 지원해 준다고 생각하고 좋아했는데, 그렇게 좋아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피샘; 피아노선생님, 참고로 딸은 입이 짧다라고 하는 소식가이다)

    이 사건이 생긴 날도 피아노를 그만둔 딸 대신에 엄마가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해서 피샘이 우연찮게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했고, 아빠도 퇴근시간에 어쩌다 얼굴 마주치는 정도여서, 피샘과 딸 사이의 논쟁에 끼여 들기에는 애매했다. 하지만, 아빠가 나서서 딸 편에 설 걸 그랬나하는 생각에 쐐기를 박는 이야기가 딸이 자리를 뜨자마자 나왔다.

     

    '완전 사춘기네요. 점점 더 심해질 수도 있어요. 중2병도 있잖아요'

     

    대화로 포장된 일방적인 설명과 가르침에 숨겨진 자신의 '강압' 때문에 상처를 받은 아이의 모습과 자신의 그러한 강압적인 자세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물론 부드럽지 않은 말투이지만, 결코 위협적이지 않았다. 단어도 특별히 감정적이거나 주관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떤 대응을 해도 내가 하는 말은 틀리지 않았고, 특히 어린 중학생에게는 흠 잡힐 것이 없는 완벽하고 옳다는 자세는 벽과 대화하는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아마 편한 관계였다면, 딸은 그 벽을 부수겠다는 생각을 달려 들었겠지만, 그마저도 안되는 상황에 정말 억울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스스로 자백했듯이 모든 것을 아이의 문제로, 사춘기로, 중2병으로 돌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각각의 상황에 따라, 각각의 아이의 특성에 따라, 각각의 대화상대에 따라, 개별로 각각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 상황에 어찌 이렇게 돌아봄과 이해의 폭넓힘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어떤가?'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정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딸에게 아빠가 공감의 말이나 위로의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러한 억울함과 답답함은 이후로도 계속 될 것이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받아들이고, 소화해내고,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에 인용한 <내면아이>에서 "자존감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 '사춘기'", '아이들도 내면의 상처를 털어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 라고 말하며, 동시에 '이때 부모는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치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46쪽)'라고 말하는 것에 나의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쉽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딸에게, 그리고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함마저 느꼈다.

     

    나를, 자녀를, 아내를, 다른 사람들을 머리로 분석하고 이해할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웃고울고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다시 한 번 소망해 본다. 

    20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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