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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나이로비 경유기 (라이베리아 -> 한국)ViSiTeD 2010. 2. 23. 17:28미명의 새벽에 도착해서 저녁에 비행기를 타야 하니, 하루를 케냐에서 보낼 수 있다. 일행이 모두 초행인 관계로 일과가 시작되기까지 공항의 카페테리아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느긋하게 공항을 빠져 나가기로 했다. 괜히 이른 아침 길거리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Arrival Visa(도착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출구로 향하면 된다. 출구에 도착비자를 발해하는 곳이 있다. 아프리카 최대의 관광국가라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 가난한 국가라서 그런지 입국 심사대가 전혀 권위적이지 않고 절차 또한 간단해 보였다.
하지만 외국인의 돈에 대해서는 거의 강도로 돌변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경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Transit Visa(경유비자)를 받는데 $10이면 된다. 하지만 여행비자는 $25. 문제는 비자 신청서의 방문목적에 "Transit"이라고 쓰지 않고 'visit'이나 'shopping'이라고 쓰면 경유비자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청서를 잘못 썼다고 다시 쓰겠다고 해도 무조건 안된다고 한다. 실제로 경유 여행객이라고 설명해도 배째라 식이다. 처음에 신청서를 잘못 작성했으니 여행비자를 발급받든지 아니면 비자 받지 말든지 식이다. 짧은 영어로 설명을 요구해도 개무시 당했다. 결국 One Journey Visa 받았다. 모르면 당한다더니 정말 정 떨어지는 입국이었다.
그러니 어디든 좋게 보일리 없었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 친절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친절해서 더욱 강해지는 불신과 불쾌함. 이런 것들이 하루를 지배했으니, 별다르게 유쾌하고 즐거운 첫번째 방문이 될 수 없었다. 더욱이 공항에서 호객행위를 치열하게 하는 여행사들의 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무식이 용감이라고 그냥 뛰어들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낭패를 보지 않은 것만 해도 천운이다.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이어서 그런지 도로 정체는 상상을 초월했다. 회사 동료가 인터넷에서 찾아서 추천한 동아프리카 최대의 쇼핑 센터라고 소개된 Sarit Centre를 찾았다. 원래 식사와 쇼핑을 한 번에 해결하고, 쉴 수 있는 장소까지 은근 기대했으나, 동아프리카 최대라는 소개가 무색하게 너무 초라했다.
도착했을 때는 대부분의 상점이 아직 개장하기 전이었으나, 다행히 아침 식사 하는 곳이 있었다.
Spa in Nairobi
제대로 개장하지 않은 쇼핑몰을 떠나 피곤한 몸을 누일만한 곳을 찾아 헤맸다. 주변에 스파나 사우나를 찾으러 호텔을 찾았다. 주변에 가장 큰 호텔로 Jacaranda Hotel이 있었으나, 우리가 찾는 시설은 없었다. 호텔 로비에서 작은 광고 팜플릿에 소개된 스파를 찾아 나섰다. 약도를 보고 걸어가다가 생각보다 멀다는 것을 깨닫고는 택시를 탔다. 운전사가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고급 주택가를 좀 헤맸는데, 알고보니 그 고급 주택 중에 하나를 스파 시설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하여튼 아프리카에서 그런 고급 주택가를 보니 케냐 나이로비의 또 다른 한 면을 볼 수 있었다는 생각에 흐뭇하기도 했지만, 빈부격차의 극명한 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찾은 스파는 미용스파였다. 그냥 샤워하고, 낮잠을 잘 수 있는 정도. 그래도 침대에 몸을 누이니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영국 식민지로 있었던 케냐인 것을 염두하면, 주인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서양여자는 영국인인 듯 했다. 그보다 나이가 조금 많아 보이면서 인도인으로 보이는 지배인 정도의 여성도 주인처럼 친절했다. 하지만 종업원들은 다른 흑인들과 마찬가지로 불친절 그 자체였고, 우리와 대화하는 중에도 사장에게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입장이지만,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했지만, 하여튼 주인이 종업원들에게 가르치고 지시하는 자세 또한 왠지 집안의 종을 부리는 듯한 인상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영국인 여주인도 손님으로 동양 남자들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 조금 긴장하면서도 신경을 특별히 많이 써 주는 것 같았다. 샤워하고, 낮잠 1시간 정도 자고 했더니 그나마 좀 개운했다. 다른 곳을 아는 것도 아니고 해서 다시 Satit Centre로 갔다. 점심을 먹고 쇼핑을 했다. 기념이 될만한 건 옷가게에서 파는 것밖에는 없었다. 별다른 특산품은 찾기 힘든 현대적인 쇼핑몰에서 별달리 기대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옷가게 점원에게 물어봤는데, 공항의 면세점이 일반 상점보다 비싸게 판다고 했다. 실제로 공항에 와서 비교를 해봤는데, 거의 차이가 없거나, 공항의 면세점이 약간 더 비쌌다.
좀 웃기는 건 마트 안에서도 사진을 찍는 것을 제지하는 경비들이 있었다. 작은 환전소에는 무장한 경비들이 사나운 눈으로 지키고 있는 것은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마트 앞에서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돌아다니는 군인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케냐의 치안 상태를 약간 엿볼 수 있었다. 아직은 변두리 지역은 위험하고, 밤에는 외출을 삼가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래서 해가 지기 전에 좀 일찍 공항으로 갔다.
스파에서 Sarit Centre로 올 때 탔던 택시 기사 아저씨가 믿음이 가고 인상도 좋아 보여, 공항으로 가는 것을 예약했는데, 소개 받았다며 다른 택시가 왔다. 나이는 젊었지만 아마 나이로비에서 운전 경력이 꽤 되는 것 같았다. 퇴근시간을 피해 좀 일찍 출발하려고 했는데, 택시가 약속시간 보다 늦게 와서 다시 교통 체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 운전사는 여기저기 골목길로 다니면서 체증을 피하려고 했는데, 덕분이 나이로비의 뒷골목도 차 안에서 안전하게? 구경을 했다. 그리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교통 체증 속에서의 난폭운전, 곡예운전, 불법운전을 하며 끊임없이 말하고 지나가는 아주 많은 택시 기사뿐만 아니라 길에 서 있는 교통경찰이나 노점상들과도 계속 인사하면서 나아가는 그 친구는 정말 명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공항에서 출국 수속은 입국 수속만큼이나 아주 간단하고 빨랐다. 너무 싱거워 국제선이 아닌가 의아해할 정도였다. 케냐가 관광국가임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인상이었다. 갑자기 여유가 생겨 공항에서 시간을 보냈다. 방콕으로 가는 항공편의 최종 목적지는 중국 광저우였다. 승객의 3분의 1이 중국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많은 중국인들이 오지 아프리카를 왕래하고 있는 현장을 확인하면서, 중국의 아프리카 러쉬를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에 본 책 <차이나프리카> (ChinAfrica, 세르주 미셸, 미셸 뵈레 지음, 파올로 우즈 사진, 이희정 옮김. 에코리브르)의 내용들이 떠 올리면서 아프리카를 다시 한 번 뒤돌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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