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살아간다는 것 (活着)
    독서 2010. 1. 27. 00:04
    지은이 : 위화 (余华)
    옮김이 : 백원담
    펴낸이 : 푸른숲 (2002.10.25) 2판5쇄


    한국에서는 <인생>(1994)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장예모의 영화의 원작.


    새옹지마(塞翁之馬)와 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결코 해피 엔딩은 아니다.
    다만 중국 현대사의 격변기(민족해방운동, 인민공사, 문화대혁명)를 간접적으로나마 겪으면서,
    이리저리 비극적으로 휘둘리면서도 끝끝내 지나온 세월의 무게를 소화해낸
    한 사람(복귀)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역시나 중국의 회색빛 현실주의는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을 꽉 막히게 하며 답답하게 하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대국이 하나의 나라로 아직 건재한 이유 중 하나이리라고
    지레짐작하는 나도 여전히 1970년대에 태어난 한국인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중국 작가인 余華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살아가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나가고 있는 것이지,
    살아가는 것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人是为活着本身而活着的,而不是为活着之外的任何事物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생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부정할 수 있는 생각도 아니다.


    중국 대련에서 2년을 조금 넘게 간접적으로나마 중국인들과 함께 살아본 나로서는
    중국인들이 이상이나 목표에 대한 이야기는 거창하게 잘 하지만,
    결국 눈 앞의 현실에 아주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았던 터이리라.


    인간은 누구 하나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기에는 너무 나약하다.
    특히 개인과는 전혀 상관없이 격변하는 시대에서는 사실 개인이라는 인격은 사라지고 만다.


    지금의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나는 아주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다.
    나의 주변을 보아 이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잠시 근무했었던 개성공단은 서울에서 생각보다 멀지 않다.
    도로가 잘 되어 있어, 차량으로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물론 남북출입국 사무소에서 통과 절차에 뺏기는 시간을 제외하면 말이다.
    거리도 그렇다 멀지 않다. 서울에서 불과 40여 km이다.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은 나와는 너무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루한끼먹기운동을 하기도 하고,
    근로자들은 공장에서 제공하는 간식거리인 초코파이 하나를 더 받고자 투쟁한다.


    최근에 가 본 라이베리아도 특별히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내전(1980~2003)을 통해 생활기반이 모두 파괴된 국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한 개인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는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


    이 책의 주인공 복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여전히 답답한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소화해내기 힘든 부분은 '무지'로 인한 불행이다.
    현재 우리에게는 상식이라고 알려진 것들도 사실 어떤 이들에게는 여전히 암흑이다.
    물론 아는 것이 비극적인 저주가 될 수도 있지만,
    '무지'로 인한 불행은 정말 안타깝다.

    도박으로 전 재산을 다 날리는 복귀는 자신의 빚장부에 대해 무지했고,
    전쟁에 억지로 끌려갈 때도 복귀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 무지했다.
    도박으로 복귀의 전 재산을 가로챈 용이도 해방군에 대해 무지했고,
    복귀의 아들 유경이가 병원에서 피를 과다하게 뽑은 의료진들도 무지했다.
    마지막 복귀의 손자 고근의 죽음도 무지에서 비롯되었다.

    많은 비극이 무지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

    무지로 인한 비극이 표면적으로 나타난 걸림이라면,
    큰 시각에서 소외되는 한 개인의 삶이다.

    복귀의 삶은 작가에 의해 소외되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같은 삶을 받아들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너무나 초연해 보일 정도로 운명적 비극에 대한 아픔을 감내해 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은
    항상 제대로 묻어 보지 못할 정도의 어지러움을 유발한다.

    출애굽기의 사건도 나에겐 그런 것이다.
    성경은 출애굽을 승리의 사건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 아무런 이유도 모른채 노예로 살다가 죽어간 개인들의 이야기는 빠져있다.

    그렇게 작가는 복귀의 삶에서 지극히 내밀하고 개인적인 마음을 그려내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어쩌면 개인들이 너무나 많아서, 즉 인구가 너무 많아서,
    각각 개인을 보는 것이 문화적으로 소외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하나의 시각으로서 충분히 충격적이다.

    그리고, 나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강 2  (0) 2010.01.27
    한강 1  (0) 2010.01.27
    강희대제 4  (0) 2010.01.27
    강희대제 3  (0) 2010.01.26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2) 2010.01.26

    댓글

Designed by Tistory.